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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의 경험을 통해서 살펴본 미국 병원비 경험

원포인트업 코치 2025. 4. 11. 22:52

미국 병원비는 비싸기로 유명한데 우리딸이 실제 경험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국과 우리 병원비 비교시 이것을 구별하지 않고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병원 청구금액과 보험적용후 청구금액은 당연히 차이가 커요
655만원과 150만원 차이 

흔히 미국 병원비가 비싸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우리 병원비와 비교할 때, 병원에서 요구하는 보험전 청구비용과 보험이 적용된 후 청구비용을 구분하지 않고 비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점은 유의 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청구하는 비용과 보험이 적용된 후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 사이에는 당연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비교해도 우리보다 미국 병원비가 기본적으로 비싼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보험이 있어도 150만원. 미국 병원비의 실제

"응급실 한 번 갔을 뿐인데, 150만 원이 청구됐습니다."

작년, 미국에서 유학 중인 딸이 한쪽 눈을 뜰 수 없고, 빛이 비치면 눈에 통증이 있어 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미국 친구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인 친구 부부가 차를 가져와 병원을 갈수 있었다고 합니다. 불빛을 보면 눈이 아파서 담요로 아이 얼굴을 가린채 병원을 가야했다고 합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정말 불쌍하고 긴박해 보입니다. 


어전트 케어(Urgent Care)? 

낯선 나라에서 병원을 처음 이용하는 것이어서 어떤 병원을 가야할지 몰라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동네에 있는, 딸이 다니는 학교 마크가 붙어있는 '어전트 케어' (Urgent Care Center) 를 먼저 방문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야 보험이 적용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또 어전트 케어를 거쳐서 응급실을 가야 더 빨리 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 근처 어전트 케어를 먼저 가게 되었습니다. 딸은 어전트 케어에서 치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간 이유도 있었다고 합니다. 도착해서 의사를 만났더니 자신들은 안과가 없어 큰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하면서, 진료의뢰서 같은 것을 한장 써주었다고 합니다. 이 때가 오전 11시 쯤이었다고 합니다. 진료의뢰서를 갖고 친구 부부의 도움으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ER) 로 이동하게 되었고, 담요로 얼굴을 감싸고 응급실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어전트 케어도 아무곳이나 가면 되는 게 아니고 보험사와 연결이 있는 어전트 케어를 방문해도 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대략 어떤 어전트 케어가 어떤 병원과 연결되어 있는지 안다고 합니다. 딸이 근무하던 미국인 교직원 동료는 남편이 집에서 팔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해 앰블런스가 왔는데, 바로 3분 거리에 있는 병원을 가지 못하고 2시간을 걸려서 보험사와 계약이 되어있는 병원을 갔었다고 정말 미국 시스템은 문제라고 분노를 떠뜨렸다고 합니다. 계열이 다른 병원끼리는 진료 정보 교환도 하지 않아, 장기 치료를 요하는 경우, 보험사를 바꾸게 되면 병원도 바뀌게 되고, 기본 검사부터 다시 진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의 선택도 쉽지가 않다고 하네요. 


병원은 무척 친절했는데, 진료비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응급실은 바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안과의사는 저녁 9시경이나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퇴근한 의사가 다시 나와서 우리 딸을 봐준거라고 합니다. 의사는 우리딸 눈을 마취하고 검사를 하고 처치를 해 주었습니다. 딸의 말로는 병원 직원들이 매우 친절했고, 배가 고프다 하니 샌드위치도 가져다 주고 편하게 대해주었다고 합니다. 응급실은 바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안과 의사가 그 시간에 없어 바로 진료를 받을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밤 11시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병원과 집은 멀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받은 최종 결과는 아마 이메일인지 문자로 연락이 왔고 병원 사이트에서 최종 결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결론은 눈에 헤르페스가 감염된 것으로 최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즈음에 딸이 인턴으로 일하는 사무실 일과 수업, 시험이 겹쳐서 며칠 동안을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마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이 있어도 150만 원? 미국 의료비의 실제

보험이 적용되는 학생 신분이었지만, 병원비는 비쌌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3개월 후 딸 앞으로 총4500불(한화 약 644만원) 병원비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이 금액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인 딸은 보험카드를 소지했어야 하는지도 몰랐고, 심지어 보험카드도 발급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니 학생보험의 경우는 학생이 학교 보건소를 방문해 종이로 증서를 출력받아 갖고다녀야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미국인들은 보험카드를 소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딸이 직원으로 근무할 때는 보험회사에서 집으로 신용카드 모먕의 플라스틱 카드가 배송되어 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보험회사와 종류가 많다 보니 개인이 일일이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미국인들도 자세히 모르는 경우도 많아 주위에 물어봐도 자세한 상황을 알기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딸은 다행히 학교 대학병원에 갔었기 때문에 학번을 통해서 학생보험대상자임이 확인되었고 최종적으로는 150만원 정도가 청구되었습니다. 보험 적용을 받았음에도 이 정도라니, 정말 비싸죠. 병원에서 잠을 잔 것도 아니고, 수술을 받은 것도 아니고, 처치만을 받고 온 것인데 말이죠. 더구나 앰블런스도 이용하지 않았고, 모두 친구의 도움으로 직접 병원에 갔고, 퇴원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같은 증상이었다면 동네 안과에서 처리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러면 1만원 정도 아니었을까요? 응급실을 갔었다고 하더라도 10~20만원 사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딸은 병원비를 내는 웹사이트에 보니 ‘Petition(청원)’ 코너가 있어 클릭하고 들어서가 병원비가 부담되어 도움을 요청하였더니 얼마 후 모두 처리되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조건도 없이, 외국에서 공부하러온 학생에게 지원해준다는 것이 저는 비싼 병원비 만큼 놀랍고도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지만 딸은 병원과 보험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잘 알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전화와 채팅을 통해 내용을 파악해야 했다고 합니다. 디덕터블(deductable) 등이 뭔지 모르니 일일이 물어볼수 밖에 없어서 답답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전화를 하면 대부분 전화받는 사람들이 인도출신들이 많아서 전화하는 것조차 불편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전화통화도 쉽지 않아, 수십분씩 기다리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우리 딸이 처음에 방문한 어전트 케어에서는 1달 정도 후에 368불(한화 약50만원)정도의 비용이 청구되었다고 합니다. 이 병원비는 모두 냈다고 합니다. 보험에 대해서 알아보고 처리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아, 우리 딸은 너무 지쳐서 더 이상 뭘 물어볼 기운도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 병원은 모두 '후불제'… 또 다른 진료 경험

그 일이 있은지 1년후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딸이 온 몸에 벌겋게 두드러기가 났습니다. 딸은 2년 전에 맹장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족에서 수술을 많이 하는 한 명이 보통 있지 않나요? 우리집에서는 딸이 그 역할인가 봅니다.

사진과 영상을 보니 꽤 심하더라구요. 알러지 반응으로 보여서 갖고 있던 약을 먹었는데도 가라앉지나서 다시 병원을 방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알레르기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지만, 역시 후불제로 약 150불(약20만원) 청구되었습니다. 이번엔 학생 신분이 아닌 학교 직원 보험 적용이 되는데도 이 정도 비용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치료를 받은지 1주일 후에 바로 병원비가 청구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1만원 정도가 청구되지 않았을까요? 미국은 병원 비용이 이렇다 보니 중대한 병에 걸렸을 때 세컨드 오피니언을 받아볼 수 조차 없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치과 진료는 예약이 너무나 길어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니 미국에서는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딸만 해도 처음 증세가 나타났을 때 약을 먹고 기다렸으니까요. 

유타대학교 병원

 

왜 미국 의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일까?

미국은 GDP 대비 의료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입니다.

  • 맹장 수술: 평균 1,500만 원 이상
  • 제왕절개 출산: 2,000만 원 이상
  • 응급실 방문: 200~500만 원 (경증 기준)

심지어 보험이 있어도 디덕터블(연간 자부담 금액), 코페이(방문 시 본인부담금), 네트워크 외 병원 등의 문제로 수백만 원의 병원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보험은 기본적으로 1년 단위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1월초에는 비보험자가 많다고 합니다. 1월초는 공휴일도 많고 해서, 1월초에 병이 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미국이 장수 국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이 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공공의료가 왜 미국에선 어려울까?

미국 내에서도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벽이 존재합니다.

  • 보험사·제약회사·병원의 강력한 로비
  • 세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
  • "의료는 개인 책임"이라는 문화적 인식

그래서 아직까지 ‘모두를 위한 의료’는 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병원비를 감당할까?

  • 고용주 제공 보험 가입
  • 고액 디덕터블 플랜 + HSA(건강저축계좌)
  • 병원비 분할 납부 또는 Medical loan
  • GoFundMe 같은 크라우드 펀딩
  • 병원과의 협상

실제로 어떤 미국인은 자녀의 수술비로 2억 5천만 원이 나와 평생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 딸이 병원비 도움을 받았듯이, 이런 저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어 견디고 있는 걸까요? 


한국의 건강보험, 얼마나 감사한 제도인가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 본인 부담금이 낮음
  • 중증질환 보장
  • 의료 서비스 접근이 쉬움
  • 비보험 외국인도 진료 가능

한국 병원에 가본 외국인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유튜버들이 진료비에 놀라는 영상도 자주 올라오죠. 또 좋은 의사들을 제한없이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저는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컨드 오피니언이 필요한 경우, 우리 같은 상황은 정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미국에서 딸이 경험한 병원 서비스를 보면서 역시 비싼 병원비가 병원 가는 것에 부담을 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두드러기가 났을 때도 병원 가는 것을 하루라도 미루게 되었습니다. 먼저 약을 먹으로 버티다가 결국 상태가 더 안 좋아졌을 때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국내였다면 바로 병원에 다녀왔을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딸도 저희도 하루를 더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일상을 건강하게 영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의료제도가 더욱 발전하여 국민 건강을 지켜주는 보루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의 좋은 의료 시스템이 더 안정되고, 더 좋은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 진료를 위해 애쓰는 좋은 의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참고로 우리가 미국 여행시 여행자 보험을 들긴 하지만 실재 그 보험을 사용하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보험 회사인지, 어느 병원을 이용해야 보험이 적용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 여행 중 병원을 가야 한다면, 우선 여행자보험을 든 국내 여행사에 확인을 한후 어느 병원을 어떻게 가야할지 문의를 한 후에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소한 여행자보험을 어디에 들었는지는 분명히 확인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